안녕하세요.
우주의 책세상의 우주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그림책은 홍영우의 <사람으로 둔갑한 개와 닭>입니다.
표지를 보니 왼쪽에서부터 개로 시작하여 닭,
다시 개, 다시 닭, 다시 개, 다시 닭으로 변하는 과정이 보입니다.
엥?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지?
신기합니다.
그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옛날 옛적에 한 영감이 살았는데
하루는 마당을 내려다봐 혼자 중얼거렸어.
"쯧쯧, 저놈의 닭은 늙어서 제때 울지도 않고
누렁이 놈도 늙어서 집도 못 지키고 밥만 축내니
이제 그만 잡아먹어 버려야겠구먼."
다음날 아침에 영감이 마구간에 나가 보니까
당나귀가 팥죽 같은 땀을 줄줄 흘리고 섰어.
가만 보니 맥이 탁 풀려 있는 게 꼴이 말이 아니야.
"아니, 이 녀석이 아침부터 왜 이러지?"
놀라서 여기저기 살펴보아도 별 탈이 난 것 같지는 않아.
그런데 이튿날도, 또 그 이튿날도
식은땀을 흘리면서 힘이 쭉 빠져 있으니 속이 탈 수밖에.
'이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어.'
영감은 밤새 마구간을 지켜보기로 했지.
밤이 깊어 슬슬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하는데
바로 그때였어!
닭장에서 닭이 슬금슬금 걸어 나와 둘레를 힐끗힐끗 살피고는
"꼬끼오, 꼬끼오, 꼬끼오!"
하고 세 번 울어.
그러고 나서 파닥 파닥 파닥 재주를 세 번 넘으니까
세상에, 닭이 사람으로 바뀌지 뭐야.
그것도 두루마기까지 갖춰 입은 어엿한 선비야.
"에헴, 에헴."
선비가 헛기침을 하니까 마루 밑에서 개가 엉금엉금 기어 나와.
개도 세 번 컹컹 짓고 팽글 팽글 팽글 재주를 세 번 넘으니
사람이 되었어. 차림새를 보니 말몰이꾼일세.
'짐승이 십 년 묵으면 둔갑하는 재주가 생긴다더니 이게 웬 조화람?'
영감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침만 꼴깍 삼켰지.
말몰이꾼은 마구간에서 당나귀를 끌고 나오더니
선비를 태우고 집을 나서 어디론가 가는 거야.
영감은 살금살금 뒤를 밟았어.
선비와 말몰이꾼은 마을을 벗어나 산으로 올라가.
깊은 산속 큰 바위 앞에 딱 멈춰 서는데
가만 보니 굴이 하나 있어.
당나귀에서 내린 선비가 굴 앞에 대뜸 엎드리더니
"주인 영감이 우리를 죽도록 부려만 먹고
이제 와서 쓸모없다고 죽이려고 합니다.
제발 이대로 사람으로 살게 해 주세요."
하면서 한참을 빌어.
그러자 휘이익 바람 소리가 나더니
굴 안에서 커다란 지네 한 마리가 기어 나와.
"너희들 정성이 하도 지극하니 소원을 들어주마.
사람이 되는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어.
주인 영감을 죽여야 해.
내일 밤 내가 주인 영감을 잡아먹으로 갈 테니
집 안에 있는 묵은 기름을 몽땅 치워라. 난 기름이 제일 무서워!"
"예, 샅샅이 뒤져 없애 놓겠습니다."
영감은 그만 눈앞이 캄캄해져서는 허둥지둥 집으로 달려왔어.
"할멈, 할멈. 이제 나는 죽은 목숨이오.
내일 밤 지네가 날 잡아먹으로 온다오."
식구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지.
한참 울고 있는데 며느리가 갑자기
"아 참, 제가 시집올 때 가져온 머릿기름이 있어요.
안 쓰고 둔 건데 아마 십 년도 더 묵었을 거예요."
하더니 장롱 깊숙한 곳에서 오지병 하나를 내오지 뭐야.
"아이고, 이제 살 구멍이 생겼구나!"
영감은 개와 닭한테 들키지 않게 기름병을 꽁꽁 숨겼어.
선비와 말몰이꾼은 새벽이 다 되어서야 돌아와서
집 안팎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어.
묵은 기름을 찾는 모양인데
꽁꽁 숨겨 놓았으니 찾을 수가 있나.
동이 트자 다시 개와 닭으로 돌아가서는
닭은 닭장으로 가고 개는 마루 밑으로 들어가.
당나귀만 식은땀을 흘리면서 후들후들 떨고 섰어.
영감은 개와 닭 몰래
머릿기름을 문턱에도 뿌리고 울타리에도 뿌리고
집 안팎 곳곳에 뿌려 놓았어.
식구들은 무서워서 방 안에서 나오지도 못하지.
밤이 이슥해지자 어둠 속에서 휘이익 바람이 일더니
커다란 지네가 집 앞에 나타났어.
묵은 기름을 뿌려 놓은 줄은 꿈에도 모르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다짜고짜 울타리를 넘는 거야.
지네는 온몸이 기름 범벅이 되었지.
"키이익 키이이이이익······."
미친 듯이 꿈틀거리다가
그만 털퍼덕 쓰러져 죽고 말았어.
마당에 나가 보니
지네 옆에 개도 닭도 나란히 죽어 있지 않겠어?
영감은 개와 닭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어.
죽어서라도 사람처럼 편안히 쉬라고 말이야.
그때부터 영감은 집짐승도 식구처럼 알뜰살뜰 보살피며 살았대.
오늘도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세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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